9일 탄천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전북현대전 0-4 패배 직후 성남FC 서포터스석에 걸린 '반복되는 실수는 무능을 증명한다'는 내용의 현수막. /사진=김명석 기자 |
불과 일주일 전인 지난 3일. 성남은 수원FC와 난타전 끝에 4-3 승리를 거두며 감격적인 첫 승을 거뒀다. 개막 6경기 동안 유일한 무승팀이었던 성남은 선수단이 직접 합숙까지 자청하며 첫 승에 대한 간절함을 보였고, 결국 기분 좋은 첫 승리를 따냈다. 당시 경기를 마친 뒤 기자회견장에 들어선 김남일(45) 감독의 눈시울도 붉어져 있었다.
그러나 기쁨은 오래가지 못했다. 6일 탄천종합운동장에서 김천상무에 0-3으로 완패를 당했다. 개막 8경기에서 1승2무5패, 리그 최하위. 결국 김 감독은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자진 사퇴를 암시하는 폭탄 발언을 남겼다. 그러나 구단 만류로 다시 지휘봉을 잡았다. 김 감독도 직접 "제 입장을 구단에 전달했지만 구단에서 만류했다"며 사퇴의 뜻을 밝혔던 사실을 인정했다.
뒤숭숭한 분위기 속 마주한 9일 전북과의 홈경기. 경기를 앞두고 "하나로 뭉쳐서 승점 1점이라도 가져가자고 이야기했다"던 김남일 감독의 표현대로 두 팀 간 전력 차는 분명히 존재했다. 대신 김 감독은 '무기력한 경기력'이 반복되지 않기를 바랐다. 이를 위해 선수들의 분발은 물론 팬들의 응원을 절실하게 바랐다. 그는 "지난 경기도 마찬가지로 경기는 패배할 수도 있지만, 무기력한 모습을 보여줬다는 게 가장 힘들었다"며 "그런 부분에 있어서 팬분들께도 부탁을 드리고 싶다. 힘든 상황이지만 선수들한테 응원과 격려를 해줬으면, 선수들이 운동장에서 힘을 낼 수 있게끔 응원해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성남FC 곽광선과 전북현대 구스타보가 9일 탄천종합운동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1 2022 9라운드에서 치열한 공중볼 경합을 펼치고 있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
그러나 후반 중반 이후 급격하게 자멸했다. 최전방에서 기회를 살리지 못하는 사이 수비진의 집중력마저 무너졌다. 후반 15분 바로우의 돌파 과정에서는 두 명의 수비수들의 안일한 플레이가 실점으로 연결됐고, 후반 43분 곽광선의 치명적인 실수로 인한 3번째 실점은 팀은 물론 팬들에도 그야말로 찬물을 끼얹었다. 후반 추가시간 한 골을 더 허용한 성남은 결국 0-4 참패를 당했다. 사흘 전 홈에서 0-3 패배 이후 또다시 완패였다.
경기 종료 직후, 성남 서포터스석에서 분노가 폭발했다. '반복되는 실수는 무능을 증명한다'는 현수막이 내걸렸다. 일부 팬들의 요구에 김남일 감독과 선수들이 서포터스석 앞에 섰고, 김남일 감독은 팬들 앞에서 고개를 숙였다. 김 감독과 선수들을 향해 응원과 격려의 박수를 보내는 팬들도 있었지만, 일부 어긋난 팬심에 골키퍼 김영광(39)과 수비수 김민혁(30) 등 베테랑 선수들은 울컥하는 모습까지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김남일 감독은 기자회견을 통해 다시 한 번 팬들에게 고개를 숙였다. "악몽 같은 시간들이 계속되고 있다"고 표현한 그는 "결과에 대해 죄송스러운 부분이 있다. (경기 후) 팬들께 직접 간 것도 죄송스러운 마음 때문이었다. 팬들도 충분히 화가 날 수 있는 상황이라고 생각한다. 어느 정도 이해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김 감독은 "경기 전에도 말씀드렸지만 선수들이 힘들고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 조금만 더 참아주시고, 선수들이 힘을 낼 수 있게 응원해주셨으면 감사하겠다"며 "지나친 언행은 선수들을 위해서라도 참아주셨으면 한다"고 재차 당부했다. 이날 분위기를 대변한 작심 발언이기도 했다.
팀 성적은 곤두박질치고 있고, 책임을 지려던 감독은 구단 만류로 다시 팀을 이끌기로 한 상황. 여기에 팬들의 분노마저 폭발한 게 성남이 마주하고 있는 현실인 셈이다. 팀 성적 개선을 위한 노력만큼이나 팬들과 관계도 봉합해야 하는 그야말로 총체적 난국에 처한 셈이다. 마침 이 시기에 찾아온 휴식기가 반전의 기회가 될 수 있을까. 김남일 감독은 "(FA컵 전까지)20일 정도 휴식기가 있다. 그 사이 해법을 찾아야 한다"면서 "팬들과 직접 만나는 시간을 가져야 하지 않을까 싶은 개인적인 생각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김남일(왼쪽) 성남FC 감독.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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