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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속 우리기업]⑤ '바나나맛 우유' 그리고 '빙그레' - 스포츠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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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스럽게 생활의 일부분이 되어 버린 제품들이 있다. 이름만 대면 누구나 알만한 친근한 상호들이다. 아침에 일어나 저녁에 자리에 누울 때까지 우리는 자연스럽게 이 제품들을 접하며 살아간다. 한국인의 생활 속 깊숙이 자리잡은 대표 제품군과 그 제조업체의 성장 이면을 짚어본다. [편집자주]

[스포츠한국 조민욱 기자] 우유는 완전식품으로 불린다. 칼슘, 미네랄, 단백질 등 뼈 건강에 필요한 영양소를 고루 함유하고 있다. 1970년대 초 정부는 국민 건강 증진을 위해 우유 소비를 장려했다. 하지만 당시 우유는 국민들에게 생소한 식품이었다. 흰 빛깔을 띠는 우유는 막걸리를 연상케 했지만 그 맛은 익숙한 것이 아니었다.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고 우유 대중화에 적극 나선 기업이 바로 빙그레(당시 대일유업)다.

  • 빙그레 '바나나맛 우유'
◆ “바나나맛 우유 사줄게” 하나로 만사 ‘오케이’였던 그 때 그 시절

국내 최초 다이너마이트 생산을 성공시킨 고 김종희 한화그룹 창업주는 정부의 적극적인 권유로 식음료 사업에 뛰어들었고, 1973년 빙그레의 전신인 대일유업을 인수했다. 이후 1974년, 오늘날까지 소비자들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는 ‘바나나맛 우유’를 생산하기 시작했다.

바나나맛 우유가 탄생한 배경은 우유라는 낯선 식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거부감을 줄이기 위해서였다. 당시 바나나는 수입산 고급 과일이었다. 바나나 한 개의 가격이 500~1000원 선이었다. 버스요금이 10원, 자장면 가격이 100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상당히 비싼 과일이었다. 70년대 대기업 사원의 월급이 10만원선이었다는 것을 감안해도 엄두가 나지 않는 가격이었다. 이 때문에 아버지가 한 손에는 월급 봉투를, 다른 한 손에 바나나 한 송이를 들고 귀가할 때면 그 집은 축제 분위기나 다름없었다.

빙그레는 이러한 점을 착안해 우유에 바나나향을 넣은 바나나맛 우유를 탄생시켰고,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우는 아이를 달랠 때 “바나나맛 우유 사줄게” 한마디면 만사 ‘오케이’였다. 바나나맛 우유 하나면 목욕탕에 가기 싫어하던 아이도 어느새 부모님 손을 꼭 붙잡고 가곤 했다. 값비싼 바나나를 대신해 당시 50원으로 살 수 있었던 바나나맛 우유가 남녀노소 모두 즐기는 국민 간식으로 자리매김하기까지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조그마한 단지 모양의 용기에 담긴 바나나맛 우유는 2007년 가공유 제품으로는 사상 최초로 연매출 1000억원대를 달성했다. 지난해에는 빙그레 전체 매출의 25%를 메가브랜드인 바나나맛 우유가 이끌었으며, 매출액은 2000억원에 달한다.

바나나맛 우유를 기반으로 빙그레는 가공유 시장 점유율 31.6%로 1위를 유지하고 있다. 가공유 시장은 2013년 5370억원에서 2016년 7220억원으로 30% 이상 성장했지만 지난해에는 약 3% 성장에 그치면서 주춤하는 모습이다. 저출산·고령화 현상이 흰 우유 시장을 비롯해 유가공산업 전반에 영향을 끼치고 있기 때문이다. 빙그레는 해외 수출을 확대하고 가공유 제품 라인업을 강화하는 등 다양한 대응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2018년 2월 출시한 오디맛 우유가 8개월만에 900만개 이상 판매되며 가능성을 보이고 있다. 최근에는 캔디바맛 우유를 출시하는 등 잇따른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 빙그레 '메로나'
◆ “올 때 메로나”…장수브랜드 메로나의 끝없는 변신

빙그레는 메로나, 비비빅, 투게더 등 다양한 ‘국민 아이스크림’ 라인업을 보유하고 있다. 이 가운데 메로나의 탄생 일화는 고급 과일 멜론에서 착안했다는 점에서 바나나맛 우유와 비슷하다. 1990년대 들어 세계무역기구(WTO) 가입과 우루과이라운드(UR) 협상 타결에 따른 수입 자유화로 바나나·파인애플 등은 기존 고급과일 타이틀을 떼고 값싼 수입 과일로 전락했다. 하지만 멜론은 여전히 값비싼 고급 과일에 속했고, 맛에 대한 소비자들의 궁금증을 자아냈다.

신제품 개발 담당자는 동남아에서 맛 본 멜론에 주목했고, 연구팀에 곧바로 멜론 맛을 내는 아이스크림 개발을 주문했다. 하지만 이전까지 멜론이라는 과일을 접해보지 못한 연구팀은 멜론 맛을 구현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이런 와중에 개발 담당자의 눈길은 국내 과일인 참외에 쏠렸다. 동남아에서 먹었던 신선한 멜론은 그 당시 국내에서 구입할 수 있는 멜론과 한국인들이 즐겨먹는 참외 맛 사이에 있었다. 이후 연구팀은 두 과일을 함께 시식하며 수개월간 멜론 아이스크림 개발에 집중했고, 1992년 메로나라는 결실을 맺었다. 메로나는 출시하자마자 210억원의 매출을 올려 지금까지도 빙과업계의 ‘전설’로 불리고 있다.

전 세계 16개국에서 판매하고 있는 메로나는 멜론 외에도 딸기, 바나나, 망고 등 각 나라의 선호 과일에 맞춘 다양한 라인업을 구성,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 빙그레는 메로나 브랜드를 이용해 신발·수세미·칫솔 등 다양한 상품도 출시했다. 최근에는 MZ세대 사이에서 “올 때 메로나”라는 신조어까지 탄생, 이에 맞춰 ‘올 때 메로나빵’을 출시하는 등 다양한 마케팅을 전개하고 있다.

◆ 빙과사업 확대로 매출 1조 클럽 ‘눈앞’

다양한 스테디셀러 아이스크림을 갖춘 빙그레는 최근 빙과사업 확대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최근 빙과 시장은 저출산에 따른 내수 부진과 대체 먹거리 증가로 성장세가 둔화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빙그레는 빙과 사업을 확대해 내수 시장 뿐만 아니라 해외 수출 및 판로 개척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빙그레의 빙과 사업은 전체 매출의 43%를 차지한다. 비중이 매우 큰 주력 사업인 만큼, 빙과 사업을 간과할 수 없다. 빙그레는 펫사업, 가정간편식 사업, 건강기능식품 사업 등 사업 다각화도 추진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뚜렷한 성과를 얻지 못하고 있다. 주력인 빙과 사업이 튼튼한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으나, 최근에는 코로나19 등 예기치 못한 변수로 국내외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마냥 안심하고 있을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빙그레는 지난 3월 해태아이스크림을 1400억원에 인수하면서 빙과 시장 점유율 42%로 1위에 올라섰다. 빙그레 관계자는 “해태아이스크림이 보유한 부라보콘, 누가바, 바밤바 등 제품을 활용해 기존 아이스크림 사업부문과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이라며 “빙그레의 해외 아이스크림 유통망을 통해 글로벌 사업을 더욱 확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해태아이스크림 인수로 빙그레의 올해 전체 매출액이 사상 처음으로 1조원을 넘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올 여름 무더위가 예고되면서 빙과 사업에는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기상청에 따르면 올 여름에는 최고기온이 33도를 웃도는 폭염일수가 최대 25일 이상 발생할 전망이다. 예년의 두 배 수준이다. 김태현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올 여름 평년 기온을 웃도는 무더위가 예상되는 만큼 2~3분기 빙과사업 판매 실적은 큰 폭으로 개선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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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ne 19, 2020 at 07:00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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